침묵처럼 모호한 게 있을까?
하얀 종이가 위에 떨어지는 물감 색대로 물들듯이,
사람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침묵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미와 뉘앙스를 띤다.
무관심, 애정과 증오, 긍정과 부정, 용서와 원한, 차가움과 미지근함...
핸드폰 소리처럼 침묵도 때와 장소를 잘 가려야 한다.
침묵은 인간을 비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냉철하게 만들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품위있게 만들기도 하고...
침묵이 금이라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침묵을 깰 줄도 알아야 한다.
쓰러진 사람 앞의 침묵,
어려운 문제 앞의 침묵,
권력 앞의 침묵,
이별 앞의 침묵...
누군가가 깨어주기를 기다리는 침묵도 많다.
캠퍼스의 침묵.
여름 더위가 매미소리와 함께 사라질 즈음,
학교 게시판의 수다소리는 초가을 바람을 타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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